집이나 사무실에 보면 작은 상자들이 있습니다. 통신사에서 달아준 것, 랜선이 여러 개 꽂힌 것, 안테나가 달린 것. 이름은 들어봤는데 뭐가 뭔지는 헷갈립니다.
네 가지만 알면 됩니다. 허브, 스위치, 라우터, 공유기입니다. 그리고 사실 집에서는 공유기 하나면 끝인데, 왜 그런지 알려면 나머지 셋을 알아야 합니다.
먼저 — 네트워크와 인터넷은 다릅니다
이 구분이 전부의 출발점입니다.
- 네트워크 — 컴퓨터 몇 대를 선으로 이어 놓은 것. 우리 집 안, 우리 사무실 안
- 인터넷 — 그런 네트워크들이 전 세계적으로 서로 연결된 것
집 안에서 컴퓨터끼리 파일을 주고받는 건 네트워크만 있으면 됩니다. 유튜브를 보려면 인터넷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 둘을 이어주는 게 라우터이고, 집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게 공유기입니다.
집 인터넷의 전체 그림
먼저 전체를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통신사 선이 모뎀으로 들어오고, 모뎀이 공유기로 넘기고, 공유기가 집 안 기기들에게 나눠줍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공유기 안에는 여러 장치가 한 상자에 들어 있습니다. 그 안을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1. 허브 — 다 같이 듣기
컴퓨터 여러 대를 선으로 묶어주는 가장 단순한 장치입니다.
문제는 허브가 누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A가 B에게 뭔가 보내면, 허브는 그걸 연결된 모두에게 뿌립니다. C와 D도 받습니다. 받아보고 "나한테 온 게 아니네" 하고 버립니다.
교실에서 누군가 "철수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습니다. 모두가 듣고, 철수만 대답합니다.
2. 스위치 — 받을 사람에게만
허브와 똑같이 생겼지만, 누가 어느 포트에 있는지 기억합니다.
기억하는 건 MAC 주소입니다. 랜카드마다 공장에서 새겨진 고유 번호로, 전 세계에 같은 게 없습니다.
스위치는 교실에서 소리를 지르는 대신, 철수 자리로 걸어가서 쪽지를 건네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사람은 방해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파는 건 사실상 전부 스위치입니다. "스위치 허브"라고 팔리는 것도 대부분 스위치입니다. 허브라는 말이 습관처럼 남은 것뿐입니다.
3. 라우터 — 바깥으로 나가는 길 찾기
허브와 스위치는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만 일합니다. 우리 집 안에서는 통하는데, 유튜브 서버로는 못 갑니다.
바깥으로 나가려면 라우터가 필요합니다. 이름 그대로 route(경로) + er(하는 것), 길을 정해주는 장치입니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네트워크가 얽혀 있습니다. 라우터는 IP 주소를 보고 "이 주소로 가려면 이쪽"을 판단해 다음 라우터로 넘깁니다. 그렇게 여러 라우터를 거쳐 목적지에 닿습니다.
택배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집배원(스위치)은 동네 안에서 배달하고, 물류 센터(라우터)는 다른 지역으로 보낼 것을 분류해 넘깁니다.
4. 공유기 — 주소 하나로 여럿이
여기가 핵심입니다. 통신사가 주는 인터넷 주소는 보통 하나인데, 집에는 기기가 여러 대입니다.
원래라면 한 대만 인터넷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걸 여럿이 나눠 쓰게 만드는 게 공유기이고, 그 핵심 기술이 NAT입니다.
NAT는 Network Address Translation, 말 그대로 주소 바꿔치기입니다.
회사 대표번호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밖에서 보면 번호는 하나인데, 안내원이 내선으로 돌려줍니다. 나갈 때도 상대에게는 대표번호로 찍힙니다. 공유기가 그 안내원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공유기가 하는 일이 이렇게 나뉩니다.
- DHCP — 집 안 기기에 주소(192.168.0.x)를 자동으로 나눠줍니다. 원글이 말한 "IP 할당"이 이것입니다
- NAT — 그 주소를 공인 주소로 바꿔 바깥과 통하게 합니다. 이게 없으면 주소를 받아도 인터넷이 안 됩니다
- 라우팅 —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정합니다
- 스위치 — 뒷면 LAN 포트 여러 개가 이것입니다
- 무선 AP — Wi-Fi를 쏩니다
즉 공유기는 다섯 가지를 한 상자에 넣은 물건입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공유기 하나면 끝입니다.
5. 모뎀은 또 뭔가
통신사가 벽에 달아준 작은 상자입니다. 하는 일은 신호의 형태를 바꾸는 것 하나입니다.
통신사 선으로는 빛 신호나 전화선 신호가 들어오는데, 컴퓨터는 그걸 못 읽습니다. 모뎀이 그걸 랜선 신호로 번역합니다.
요즘은 모뎀과 공유기가 한 몸으로 합쳐진 제품도 많습니다. 통신사가 준 상자에 LAN 포트가 여러 개 있고 Wi-Fi도 나온다면, 그건 모뎀 + 공유기입니다.
한눈에 — 무엇을 보고 판단하나
세 장치의 차이는 결국 무엇을 보고 길을 정하느냐입니다.
정리
| 장치 | 하는 일 | 보는 것 | 인터넷 연결 |
|---|---|---|---|
| 허브 | 컴퓨터끼리 연결. 모두에게 뿌림 | 없음 | 안 됨 |
| 스위치 | 컴퓨터끼리 연결. 받을 사람에게만 | MAC 주소 | 안 됨 |
| 라우터 | 다른 네트워크로 가는 길을 정함 | IP 주소 | 됨 |
| 공유기 | 위 전부 + 주소 나눠주기 + 주소 바꿔치기 + Wi-Fi | IP · MAC 둘 다 | 됨 (여러 대) |
| 모뎀 | 통신사 신호를 랜선 신호로 번역 | — | 1대만 |
자주 헷갈리는 것
공유기가 있는데 스위치도 사야 하나요?
아닙니다. 공유기 뒷면 LAN 포트가 이미 스위치입니다. 포트가 모자랄 때만 스위치를 더 사서 늘리면 됩니다.
공유기를 두 개 연결하면?
됩니다. 다만 두 번째 공유기가 또 주소를 나눠줘서 네트워크가 두 겹이 됩니다. 집 안 기기끼리 안 보이거나 일부 기능이 막힐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AP 모드"나 "허브 모드"로 바꿔 쓰는 게 보통입니다.
인터넷이 느릴 때 공유기를 바꾸면 빨라지나요?
통신사 속도가 한계면 안 빨라집니다. 다만 Wi-Fi만 느리고 유선은 빠르다면 공유기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192.168로 시작하는 주소는 뭔가요?
사설 주소입니다. 집 안에서만 쓰는 번호라 전 세계 모든 집이 똑같이 씁니다. 그래도 겹치지 않는 이유가 바로 NAT입니다 — 밖으로 나갈 때 공인 주소로 바뀌니까요.
기억할 것
- 허브·스위치는 집 안을 잇고, 라우터는 바깥으로 내보냅니다
- 공유기는 그걸 다 합친 물건이라 집에서는 하나면 됩니다
- 주소 하나로 여러 대가 쓰는 비결은 NA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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